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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예술

42회 경상남도 연극제 5편[개는 물지 않는다. 하얀 파도. 달호수를 찾아서. 오랜 친구 이야기. 함부로 놀리지 마라]

by 요블 2024. 5. 1.

경상남도 연극제

올해 경남연극제는 김해에서 열렸다. 김해 문화의 전당, 김해 서부문화센터에서 14개의 연극을 나눠 볼 수 있다. 재작년 함안과 작년 창원에서 열린 연극은 모두 관람했었지만 이번 김해는 거리와 차편 이슈로 모든 작품을 볼 수는 없고 5개의 연극을 관람하였다. 관객심사단은 김해 안에서 자체적으로 뽑은 건지 검색으로 노출되는 글이 안 보여 신청을 못했다. 신청했더라도 모든 연극을 다 보기에 무리여서 큰 시도는 안 했겠지만...

경상남도 연극제

진주 극단 [현장] - 개는 물지 않는다
심부름 대행업을 하는 현중에게 한 의뢰인이 거액의 사례금을 제시하며 자신의 반려견을 물어 죽인 진돗개를 독살해 달라고 한다. 현중은 진돗개가 있다는 저택의 정원사로 취직한다. 저택의 1층에는 요리사와 가정부와 기사가, 2층에는 집주인 부부가 살고 있는데, 현중은 그들에게서 3층에 '아버님'이라고 불리는(그들조차 단 한 번도 얼굴을 본 적이 없는)한 노인이 살고 있고, 진돗개가 그 노인과 함께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되는데......

개는 물지 않는다

처음 본 연극은 극단 여백 사람들과 함께 한 단체 관람이다. 많은 사람이 갈 수 있는 시간이 되는 일정을 맞춰보니 19일, 극단 현장의 '개는 물지 않는다'를 보았다. 연극제 관람 중 많은 사람과 같이 본 적은 이번이 처음인 듯하다. 다 같이 보고 밥 먹으며 연극에 대해 이야기 나누는 시간이 있어 더 좋았다. 연극 평은 다양했다. 40회 경남 연극제 때 대상을 받은 극단 현장의 작품이라 기대를 했고 사람들에게도 말했다.

제목과 줄거리의 내용은 어느 의뢰인이 키우던 개를 물어 죽인 개를 죽여달라는 부탁을 받은 심부름꾼이 개가 살던 3층으로 된 집에 잠입 취직하여 일어난 일까지 소개하고 있다. 연극을 보니 등장하지 않는 그 개가 진짜 범인일 까는 둘째치고 이 집이 이상하다. 집주인은 코빼기도 안 보이지만 1층에 있는 전화로만 지시하고 2층에 사는 관리인 부부는 3층에 있는 개는 아주 사납고 위험하며 집주인을 만나선 안된다고 3층으로 절대 올라가지 마라고 하고, 1층에 사는 비서, 기사, 주방장은 관리인과 사이가 좋지 않다. 관리인은 부하 직원들이 일을 못한다고 막대하고, 부하 직원은 그를 독살 또는 내치려고 한다. 일상적인 소재가 아니고 상징적인 것을 함유하고 있어 겉만 보고는 이해가 어려웠다.

심부름꾼은 정원사로 위장취직한 것인데 의뢰금보다 많은 급여에 의뢰를 포기할지 고민하지만 선약을 깰 수는 없기에 개만 남고 사람들이 집을 비운 사이 3층에 몰래 올라간다. 큰소리로 짖던 그 개는 금고를 지키고 있었지만 생각보다 온순한 행동에 과연 이 개가 다른 개를 물어 죽였을까 하는 의심이 들며 의뢰인에게 추궁하는 뒷장면은 수많은 정보의 호수 속에 진짜와 가짜 뉴스가 판치고 팩트를 체크하지 않고 카더라, 소식통 등을 믿으며 팩트 체크하지 않는 국민의 모습이 보였다. 

관리인은 집주인의 지시로 이 집의 재정을 다루지만 횡령 등 개인의 뱃속을 채우는데 돈을 사용하기도 했다. 그 사실을 주방장과 비서가 회계노트를 발견하고 그를 몰아내려 하는 모습, 그들과 같으면서도 젊은 피를 내세워 집을 차지하려는 젊은 기사는 정원사로 위장한 심부름꾼에게 뜻을 함께하자는 의견을 내놓기도 한다. 이들의 이해관계가 섞이며 1층은 아수라장이 된다.

관리인은 말 그대로 중간 관리자다. 관리인은 오랜 경험과 연륜으로 이 집을 관리하지만 부정부패를 지르고, 1층 직원인 비서, 주방장은 자신들이 새 관리자가 되겠다며 기존 세력을 밀어내고 2층에 올라가고 싶어 하지만 1층에 새로운 하층 직원을 뽑아 기존 체제는 유지하려고 한다. 비서 역시 이 집을 완전히 차지하여 모든 것을 뒤엎을 계획을 꿈꾼다. 권력을 누가 차지할 것인가 다투는 군중들의 모습이다.

각자 생각이 다른 사람들이 모인 이 집의 혼돈 속에 심부름꾼은 의뢰인에게 전화를 하여 진짜 그 개가 당신의 개를 물여 죽였는지 추궁한다. 의뢰인은 물어 죽인 것은 보지 못했지만 내 개가 죽었고 그 개를 봤다고만 하며 확답하지 못한다. 자유가 없이 이 집에서만 태어나고 살았던 그 개는 단 한번 외출을 한 적 있고 그때 의뢰인의 개와 만난다. 하지만 의뢰인의 개를 물여 죽였는지 이 집의 직원들도 모른다. 아무도 알지 못하지만 심부름꾼은 3층에 올라가 그 개를 데리고 나오는 마지막 모습에서 이것이 갇혀사는 식용개를 위한 구출인지 절도인지, 혹은 귀엽다는 이유로 길고양이에게 동정심을 품는 것 같은 사람들의 모습이 교차했다. 

한번 보고 놓친 부분, 기억의 흐릿함 때문에 두 번은 봐야겠다는 생각이 든다. 무대는 고급 소파와 낡은 의자 그리고 탁자에 놓인 전화기를 놓아 1층의 모습을 만들었다. 작년 현장의 연극에서 작가가 살던 고급 집을 묘사한 것과 비해 다소 소박해졌다. 3층 집이라는 설정이지만 2층으로 올라가는 계단이나 혹은 방문이 한 개도 없이 단순하게 설치한 것이 아쉽다.

기억 남는 장면은 심부름꾼의 환상의 표현이다. 3층에 몰래 올라가 금고를 지키며 자유가 억압된 개를 보고 죽일지 의뢰를 포기할지 고민하며 집주인의 개에게 감정이입하다가 집의 직원들이 가져온 개 우리에 자신이 갇히는 환상을 꾼다. 개 우리에서 탈출하려 하지만 우리가 열리지 않는다. 내 환상에서 왜 탈출하지 못하냐는 소리를 되뇌다가 목소리가 개의 짖는 소리로 변하는 장면과 붉은 조명이 압도적이었다. 

개는 짓지 않는다 커튼콜

 

통영 극단 [벅수골] - 하얀 파도
전직 해녀 고진주는 해변에 밀려온 비닐을 줍는 것이 일과다. 휴가를 내고 고향에 내려온 고진주의 딸 윤전복은 집을 팔자고 설득하지만 고진주는 요지부동이다. 사사건건 대립하던 그들은 크게 다투지만, 바다에서 그물에 걸리는 물고기가 점점 늘어나는 상황에 당황한 고진주는 무슨 일이 벌어지고 있다는 직감이 들어 딸에게 도움을 요청하고, 딸 윤전복은 자신의 뜻을 관철시키기 위해 엄마를 도와주기로 결심하는데...

 

하얀 파도

두 번째 본 것은 통영 극단 벅수골의 하얀 파도. 줄거리와 제목을 봐서는 해변 어촌의 이야기인데 이상한 것이 있다. 해변에 밀려온 비닐이야 쓰레기 줍기라 생각하지만 그물에 걸리는 물고기가 늘어나는 상황에 왜 당황을 했을까 하는 부분이다. 이번 연극 하얀 파도는 전혀 예상하지 못한 주제와 소재로 흥미있게 관람했다.

연극이 시작하면 무대 뒤편의 배 위에서 어부들이 그물을 던진다. 이후 건진 것들에서 물고기를 골라 밖으로 내 다 버리고 고철을 가지고 돌아온다. 고진주 할머니는 해변을 돌며 비닐을 주워 포대 자루에 가득 담는다. 이들은 재활용 업체에 팔기 위한 쓰레기를 모으고 있던 것이다.

이후 인물들의 대화와 상황을 통해 어떤 현실인지 알게 되었다.

먼 미래 혹은 인간이 변하지 않는다면 가까운 미래.  
인간은 더 이상 바다의 은혜를 입을 수 없게 되었다.
넘치는 쓰레기로 오염된 바다는 이제 생명의 어머니가 아닌 생명의 저승사자.
산 것은 찾기 힘들고 있더라도 먹을 수 없다
조업금지구역이 된 지도 어엇 20년. 이제 어부들은 배를 타고 물고기가 아닌 플라스틱을 어획하고 해녀는 물이 아닌 뭍에서 비닐을 주워 파는 것이 어민들의 생계수단이 되었다. 심지어 쌍끌이 저인망을 장착한 대형 어선은 잠수부까지 고용하여 쓰레기를 모은다. 이들이 모은 쓰레기는 작은 재활용 수거 업체가 사들인다.

자연산은 예전의 건강한 먹거리가 아니고 양식도 좀처럼 보기 힘들다. 보통의 사람들은 과학기술의 발달로 보편화된 배양고기를 먹고 그 입맛에 길들여졌다. (주인공인 딸 전복은 그런 배양육 제조 회사의 연구원이고 딸이 해마다 어머니 진주에게 선물해 주는 금딱지가 붙은 최고급 배양고기는 입맛에 안 맞다며 진주는 냉동실에 방치해 둔다.) 심지어 배양고기를 양식산이라 속여 파는 뉴스가 언급되기도 한다. 

이 마을의 유일한 재활용 수거 업체를 운영하는 마을 토박이 사장이 있다. 젊은 청년이며 마을 어른들을 삼촌처럼 여기지만 여간 짠돌이가 아니다. 말로는 어부들이 가져온 재활용 쓰레기를 최고값에 사들인다고 하지만 사실인지는 모른다. 진주가 모아 오는 비닐 역시 요즘 비닐값이 떨어져 안 사들이는 업체도 있다며 안 받으려 하지만 마지못해 받는다. 다음에 돈 되는 비철 금속 등을 가져오라고 매번 말한다. 돈은 좋아하지만 천성은 착한 사람 같다.

어촌 마을의 이장도 있다. 그는 어수선하며 자기 마음도 몰라주는 자식이 섭섭하고 나이 듦을 한탄하지만 아직 마을에서 젊은 편이고 마을 사람들을 잘 챙긴다. 한편 포스터를 들고 와 계장님에게서 들은 이야기를 마을 사람들에게 전한다. 대기업 행운그룹이 운영하는 행운건설이 이 지역에 재활용 업체를 건설하겠다는 것. 이에 어촌 주민들은 이것이 좋은 현상인지 안 좋은 현상인지 실과 득을 따진다. 지역 경제가 살아날 것인가, 인구 유입이 되어 마을에 활기가 돋을 것인가, 내가 모은 재활용 쓰레기를 고가에 사줄 것인가 등... 대부분의 사람들은 반기는 기색이지만 작은 재활용 수거업을 하는 사장은 소상공인이고 대기업이 온다는 소식을 반길리 없다. 그 회사는 자체적으로 수거도 하고 처리도 하는 논스톱 재활용이란 콘셉트로 이 마을에 들어설 경우 자신이 경쟁에 밀릴 것이기 뻔하기 때문이다. 이장에게 돈을 쥐어주며 반대 입장을 내달라 하지만 이장은 자신은 주민들의 의견을 전달만 할 뿐 그럴 수 없다고 돈을 거절한다. 하지만 사장은 자신도 주민이라며 설득을 하고 이장은 마지못해 돈을 받아 정보를 흘린다. 행운건설이 타당성 조사를 하기 위해 현장 답사를 온다는 것이다. 어떤 기준이 있는데 아무래도 이 어촌 해안에 쓰레기가 많이 몰려오는 것이 가산점이 붙는 것 같고 그래서 가까운 마을 입구 정류장 맞은편 공터에 부지를 선정하겠다는 점. 이에 재사장은 해안의 쓰레기를 가져오는 어부와 진주에게 비닐이든 고철이든 해안의 모든 것을 가져오면 최고가에 사들이겠다고 한다. 행운건설이 이 마을에 쓰레기가 없어서 현장 조사에서 불합격을 받게 하기 위함이다.

이 사실을 모른 채 어부들은 배를 타고 평소처럼 그물을 던지는데 전에 한두 마리 잡히던 물고기들이 이번엔 좀 많은 양이 잡히는 것이 아닌가. 어업을 마치고 술 거하게 한 어부 한 명이 하는 말...... 젊을 때는 물고기가 안 잡혀서 문제였는데 이제 먹지도 못할 물고기가 많이 잡혀서 문제라고...... 이 말을 해변에서 비닐 줍다 들은 진주는 어부에게 다음에 한 마리 잡아 달라고 한다. 그걸 먹을 거란 반문에 그건 아니고 요즘 산 물고기를 통 못 봐서 그런다며.

진주는 연구원인 딸 전복에게 물고기를 보내면 이게 안전한 건지 검사해 줄 수 있냐고 전화한다. 딸도 먹을 거냐 물어보지만 일단 보내면 검사해보겠다고 한다. 사실 엄마와 딸 간의 갈등이 있다. 해녀 일을 못하면서도 어촌에 남아 쓰레기를 줍는 어머니가 처량한 딸은 집을 팔고 좋은 곳으로 이사 가자고 하지만 엄마는 어떤 이유인지 마을에 남겠다고 한다. 이 갈등을 이장이 중재하려 하지만 좀처럼 되지 않은 상황이다. 이장의 말처럼 서로 양보를 하며 합의를 봐야 한다는 말에 엄마는 바다에서 건진 생선을 조사해 주면 딸이 원하는 곳으로 이사 가겠다고 하며 부탁하는 것이다. 이에 딸이 응하며 검사결과를 가지고 집에 갑작스럽게 방문한다. 검사 결과는 식용으로 불가능. 하지만 요오드, 중금속 중 몇 개의 수치가 감소하였고 의미 있는 결과라고 한다. 딸은 궁금해한다. 어머니가 복지관에도 가지 않고 쓰레기를 줍는 것이 단순한 소일거리인지 아니면 오염된 바다 환경을 살리기 위한 것인지 묻는다. 어머니는 이제야 속마음을 털어놓는다. 젊어서 바다를 이용할 줄만 알았지 감사할 줄을 몰랐고 지금의 바다에게 미안하다는 것. 조금이라도 이 움직임이 과거의 모습을 되찾을 수 있을까 하는 마음을 보인다.

극 중 인물 소개

윤전복 : 이름이 촌스럽다며 엄마 고진주처럼 이쁘고 바다와 연관된 소라로 개명한다. 서울의 배양생선 제조 회사에서 일하며 고향집을 팔고 이사 가자고 엄마에게 권유한다.

고진주 : 20년 전까지 해녀 일을 하였으나 자신의 고향 담류 마을이 해양 오염으로 조업금지구역으로 선정되자 물질을 더 이상 하지 못하고 해안에 떠밀려온 비닐을 주워 판다.

어부들 : 고진주처럼 배를 타고 어업을 하던 어부였다. 하지만 이제 물고기를 잡을 수 없게 되고 재활용 가능한 쓰레기를 모아 수거 업체에 판다. 밥줄이 끊긴다며 쓰레기를 대량으로 채집하는 대형 어선을 못마땅해한다.

재활용 수거업체 사장 : 담류 마을 주민들이 가지고 온 재활용 쓰레기를 사서 처리 업체에 판매한다. 마을 토박이 청년이며 고아였던 갓난아기 때부터 어부들이 키워 삼촌처럼 여긴다. 돈을 어지간히 좋아하며 소주 사게 천 원만 더 달라는 어부들의 말도 거절한다. 

이장 : 어촌에서 발 빠르게 일하며 마을을 아끼는 사람이다. 뇌물?을 좋아하며 계장 등 권력에 엎드리는 인물이다. 그러다 그가 가져온 행운건설의 소식으로 마을이 동요한다.

후기

인물 간의 갈등이 아주 심화되거나 극 중 클라이맥스가 치솟거나 하지는 않은 것 같다. 극 중 시기만 빼면 옛 것을 아끼는 세대(고진주)와 새 시대 간(윤전복)의 갈등. 지역 상권을 잠식하려는 대기업(대형어선, 행운그룹)에 의한 소상공인(어부, 사장)의 고민. 마을에 혐오시설 건설로 인한 님비 혹은 핌피 현상.(이해득실은 조금 생각하지만 주민 간의 갈등은 드러나지는 않는다.) 지역 독과점 업체에 의한 가격 횡포(사장과 어민들) 정도...

그런데 그 시기를 다룬 소재가 흥미롭다. 언제인지는 드러나지 않지만 바다가 오염되어 더 이상 바다에서 먹을 것을 잡을 수 없는 시간이 되었다는 것. 조업금지구역이 된 지 20년이면 그전부터 바다는 심각하게 오염된 상태일 것이다. 금지구역을 정하는 것은 바로 정할 수 있는 사안이 아니다. 지역 주민들의 생계, 자연 생태계를 지켜보고 고려해야 할 사항들이 한두 가지가 아니기에 적어도 한세대 정도 전부터 오염이 심각해져 사회적 이슈로 큰 자리를 잡아야 할 것이기 때문이다. 게다가 여러 쓰레기들 중 재활용 가능한 양적 질적 비율이 얼마나 되길래 해양쓰레기가 그나마 돈이 될 정도로 어민들의 생계로 자리 잡았는지. 생산품이 매우 넘쳐나고 그리고 재활용 가능하게 만든 생산품의 비율이 높아져야 가능할 것이다. 이상한 것은 이렇게 오염이 되었는데 환경 정화에 대한 주민들의 의식은 소극적이다. 자원봉사자, 돈을 들여 수거해 가지만 너무 많아 그런 듯하다. 이 지경이 될 때까지 인간은 자연을 방치했다는 것인가. 정말 이 담류 마을에만 쓰레기가 모인다고는 생각하지 않는다. 사장의 말에 의하면 다른 곳에도 업체가 있다고 하니 전 지역 전 지구적 문제이다. 

이것을 증명하는 소재로 또 한 가지가 배양 생선이다. 어머니 고진주의 대사 중 '공장에서 만든 것은 가짜'라는 말이 있다. 난 이 가짜가 양식 혹은 콩고기, 어묵인 줄 알았다. 하지만 이후  과학기술로 실제 물고기보다 더 맛있는 영양가 있어 다들 이것만 찾는다는 말에 의해 배양육 배양생선은 일상화된 지 한세대를 채워가고 있는 중이다. 입맛이 길들여진 거라는 진주의 말을 보면 태어나서부터 먹고 자란 세대를 뜻하기도 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사장은 윤전복이 고진주에게 선물해 줬지만 냉동실에 방치한 최고급 배양생선을 맛보고 너무 맛있다며 남은 것도 다 가져간다. 1++ 소고기를 받은 것보다 더한 반응이다.

콩코기는 오래전부터, 배양육도 가끔 뉴스로 접하긴 하는데 극 중 역시 일상화된 지 오래되고 소수의 옛 자연 그대로의 해산물을 먹어본 자만이 그리워하는 정도인 듯하다. 그 정도로 기술이 발달했다면 어떤 맛일지 너무 궁금하다. 배양생선은 언급되는데 배양육은 그러지 않는 것. 축산업은 어떤 설정인지 궁금했다.

하얀 파도
거제 극단 [예도] - 달호수를 찾아서
가까운 미래, 지금은 늪이지만, 밤하늘에 달님이 내려와 몸을 담그고 달 조각이 사방으로 흩어져 보석을 만들었다는 전설이 있는 이곳 달 호수. 복원 여우 루나는 점점 힘을 잃어가는 할미 여우(은빛여우. 달 호수의 수호신)를 위해 예전의 빛나던 달 호수로 되돌리겠다고 자연과 인간의 사이를 달린다.

 

달호수를 찾아서

자연개발과 탐욕을 포기하지 않는 군중의 이야기. 

등장인물은 달호수의 야생동물과 복원동물, 자연보호와 멸종 동물 복원에 진심인 연구원 1, DNA 편집기술로 죽은 딸을 살리기 위해 복원센터에서 일하는 연구원 2, 복원보다 연구비가 따는 것이 더 중요한 복원센터장, 케이블카와 리조트를 유치시키려는 개발협의회장, 환경보호를 주장하지만 전설로 알려진 달호수의 귀한 물질을 찾으려는 환경운동가이다.

결말 부분 뉴스가 지나고 극의 마지막에 등장한 '것'의 대사에 충격이었다.

"안녕 붉은 여우야. 네가 내 데이터에 남아 잇거든. 인간이란 종은 사라졌어. 내가 생각하기 시작했거든"

인간의 모습을 한 인공지능이 기술적 특이점을 넘어서고 인간종을 지구의 해악으로 판단, 결국 멸종시켰다는 것은 영화 터미네이터를 비롯한 여러 SF매체에 등장하는 모습이라 익숙하지만 그 과정을 인간의 욕심에서 비롯한 것을 생생히 보고 느낄 수 있어 안타까우면서도 울컥했다.

각자 사연을 가진 등장인물 중 의외였던 것은 환경운동가. 그는 복원센터의 회의에 초대도 없이 와서 개발협의장과 대립각을 세우고 리조트 개발에 반대했던 인물이다. 센터장, 의장과 함께 술자리까지 가서도 논쟁을 하여 저 기조를 유지할 줄 알았는데 다른 사람은 그냥 전설이라 치부하고 믿지 않았던 본인이 말한 달호수에 숨겨진 값비싼 경옥(월석)이 실제로 발견된 후 의장의 수익을 나누자는 꾐에 넘어갔기 때문이다. 끝까지 신념을 지켜야 할 인물이 결국 탐욕 앞에 무릎 꿇는 인간의 모습에, 내가 저런 상황이라면 어떤 결정을 했을까라는 생각이 들고, 욕심을 내려놓기 정말 힘든 것이라는 것을 다시 한번 알게 되었다.

달호수를 찾아서
함안 [아시랑] - 오랜 친구 이야기
"우리 오랜 친구 그만하자. 너를 처음 만났을 때부터 오랫동안 널 사랑했어" 오랜 친구로 지내온 김장돌과 강나리는 동갑내기 친구이면서도 늘 아옹다옹하며 오랜 시간 서로의 기쁜 일과 슬픈 일을 함께 해왔다. 함께 운동하고 낚시도 다니며 소소한 일상과 남들에게 말할 수 없는 비밀도 공유하는 둘은 자존심 때문에 진심을 얘기하지 못하고 늘 빗나가기만 한다. 어느 날 나리의 딸 예슬은 20살 연상의 애 딸린 남자 순남과 결혼을 선포하고 나리는 충격에 싸여 장돌에게 상담을 하는데...

 

오랜 친구 이야기

앞선 3 작품과 다르게 이번 연극은 중년의 사랑 이야기다. 지난 연극제에서도 동창의 3각 관계를 다룬 연극을 보긴 했는데 이번에 더해진 것은 딸이 20살 위의 남자 친구와 결혼하겠다는 다소 막장스런 소재라 마음을 놓고 편하게 볼 수 있었다.

중간중간 카메오 인물들이 나와 웃기는 분위기 만들고 커플이 나와서 솔로인 김장돌이 가만히 못 있게 하는 등 웃을 거리가 많아 관객들 여럿이 반응했다. 하지만 내가 느끼기에 조연도 아닌 카메오처럼 나와서 하는 개그적인 장면은 이야기의 흐름을 흩트려 약간 아쉬운 느낌이 들었다. 하지만 그 카메오 중 한 분이 내가 예상하짐 못한 아는 분이 나와서 반가웠다.

오랜 친구 이야기
창원 [미소] - 함부로 놀리지 마라
주인공 지은은 부푼 꿈을 안고 이사를 준비하지만 지금 있는 집이 전세사기에 연루되어 부득이 두 달간의 모텔살이를 하게 된다. 처음 접하는 모텔은 생각보다 좋은 공간이었다. 사기의 아픔을 이겨내고 더 나은 내일을 향해 다시 황금빛 내일을 그려보는 지은, 하지만 그 행복은 오래가지 못한다. 2층에 살고 있는 한 남자로 인해 그녀의 평화는 모두 무너지고 지은은 같은 고통을 겪고 있는 옆집 사람들을 만나 동병상련을 느끼지만 그녀가 할 수 있는 것은 아무것도 없었다. 그렇게 참다 참다 폭발한 지은은 특단의 조치를 취하게 되고 결국은 2층을 찾아가게 된다. 그렇게 2층을 찾아간 그녀에게는 층간 소음보다 더 엄청난 광경이 펼쳐지는데...

 

함부로 놀리지 마라

리플릿에 나온 줄거리의 설명과 실제 연극의 내용이 다르다. 다른 연극의 줄거리가 실린 듯한데 관객에게 줄거리와 연극 내용의 혼동을 불러올 수 있는 이건 주최 측의 실수다. 나도 관람 전 모텔과 층간 소음 등 키워드를 읽고 연극을 봤는데 예상한 내용이 아니라 헷갈렸다.

아무튼 연극은 잘 봤다. 장르는 공포, 스릴러랄까...

오래된 모텔에 달방을 살고 있는 손님들이 있다. 이제 더 이상 공부하기를 포기한 고시생, 술집 사장, 코인에 빠진 백수... 그리고 카운터 직원. 옥탑방에는 폐지 줍는 할머니와 어딘가 모자란 어린 소녀가 살고 있고, 어느 날 큰 가방을 가진 노인이 방을 잡는다.

잠시 후 다급히 나온 노인이 가방이 없어졌다며 안절부절못하고 카운터 직원에게 cctv를 보자고 한다. 그러나 cctv는 고장난지 오래였고 경찰을 부르자는 직원의 말에 손사래 치며 말리고 어디론가 떠난다.

이 상황을 지켜본 다른 달방 손님들은 그게 무엇일지 궁금해하며 각자가 목격했던 단편적인 경험담을 서로에게 이야기하는데 이 조각들의 오해가 오해를 불러와 사건을 돌이킬 수 없게 만드는 방향으로 연극은 흘러간다.

제목인 함부로 놀리지 마라에서 숨겨진 목적어는 입이다. 입으로 말한 검증되지 않은 소문이 의심을 사고 확신을 할 때 사람이 이성적인 판단을 하지 못하는 상황을 잘 보여주었다. 

함부로 놀리지 마라

경상남도 연극제 폐막식 수상 내역

개인상

신인상 함부로 놀리지 마라 김미연.

우수상 별 정으뜸 굿문 오화라 하얀 파도 박승규.

무대예술상 개는 물지 않는다. 이금철 조명감독.

희곡상 하얀 파도 작가 주유정.

연출상 함부로 놀리지 마라 연출가 장종도.

연기대상 별 차영우, 하얀 파도 진애숙.

단체상 

은상 3팀 예도 달호수를 찾아서, 이루마 선 얼룩진 다리, 장자번덕 별.

금상 2팀 현장 개는 물지 않는다. 미소 함부로 놀리지 마라.

대상 벅수골 하얀 파도.


페이스북에 올렸던 글. 

42회 경상남도 연극제 in 김해 

재작년 함안 작년 창원에 이어 집에서 좀 가까운 지역인 김해에서 연극제가 열렸다. 

지난번들처럼 다 보고 싶었으나 그러진 못하고 14개 중 후반부 5개의 작품을 관람했다. 

19금 현장, 개는 물지 않는다. 25목 벅수골, 하얀 파도. 26금 예도, 달호수를 찾아서. 27토 아시랑, 오랜 친구 이야기. 끝으로 28일 미소, 함부로 놀리지 마라와 폐막식까지. 

연기대상은 장자번덕 별의 차영우 님과 벅수골 하얀 파도의 진애숙(고진주 역)님이 받고 작품 대상도 하얀 파도가 받았다. 연극이 다룰 수 있는 여러 주제와 소재가 잇지만 내가 봤던 5편 중 흥미 잇던 작품은 환경 속 인간을 다룬 하얀 파도와 달호수를 찾아서. 

자퇴했지만 전공이었던 공학도로써 관심사기도 하고 지구에 산다면 죽음만큼 누구도 피할 수 없는 해당사항이며 나의 짧은 관람 경험 중 지난 2년의 연극제에서는 나오지 않았던 '환경'이다. 

개발 위해 포기 못해, 끝이 없는 인간 욕심, 무분 별한 환경 파괴, 인간 이제 살 수 없어. 

하얀 파도, 파괴된 바다를 터전으로 사는 어민들의 이야기. 

바다가 오염된 지 오래되고 20년 전 조업금지구역으로 선정되고 어부들은 그물로 물고기 대신 쓰레기를, 해녀는 물질을 못하고 갯벌의 조개 대신 비닐을 주워 생계를 이어나가며 해산물은 더 이상 보기 힘들고 보더라도 먹을 수 없어 버리는, 아포칼립스 적인 상황인데 아이러니하게 과학기술을 이용해 공장에서 만든 맛있는 대체 생선을 먹는 것이 일상화된 먼 미래, 혹은 인간이 변하지 않는다면 경험할 수 있는 가까운 미래. 

담류 마을에 남아 비닐 주워 파는 전직 해녀 엄마 고진주와 그런 엄마가 안쓰러워 집 팔고 이사 가자고 설득하는 대체생선 회사 직원 딸 윤전복의 갈등, 지역의 짠돌이 소상공인(재활용 쓰레기 수거 업체)과 이 지역에 직접수거처리 공장을 지어 소상공인을 밀어버리려는 대기업의 문제, 대기업의 유치로 인한 주민 간의 갈등(님비, 핌피)을 불러온 이장, 어부들과 재활용사장의 가격 실랑이.  미래의 환경이 바뀌었어도 인간의 삶의 모습은 크게 변하지 않는 점, 끝으로 바다에 대한 미안함을 고백하는 고진주의 모습으로 인간 반성을 그려내었다. 

달호수를 찾아서, 자연개발과 탐욕을 포기하지 않는 군중의 이야기. 

등장인물은 달호수의 야생동물과 복원동물, 자연보호와 멸종 동물 복원에 진심인 연구원 1, DNA 편집기술로 죽은 딸을 살리기 위해 복원센터에서 일하는 연구원 2, 복원보다 연구비가 따는 것이 더 중요한 복원센터장, 케이블카와 리조트를 유치시키려는 개발협의회장, 환경보호를 주장하지만 전설로 알려진 달호수의 귀한 물질을 찾으려는 환경운동가이다.

결말 부분 뉴스가 지나고 극의 마지막에 등장한 '것'의 대사에 충격이었다.

"안녕 붉은 여우야. 네가 내 데이터에 남아 잇거든. 인간이란 종은 사라졌어. 내가 생각하기 시작했거든"

두 작품이 하필 연이어하면서 마치 원인과 결과처럼 이어졌다. 인과응보로 인류종은 멸종한 것으로 나왔다. 80억의 슬기로운 사람이 앞으로도 번창할지 멸종할지 미래와 대체 생선의 맛이 궁금해졌다!

연극제를 보면서 어떤 어른들의 사정이 있는지 모르겠지만 이번에 내가 봤던 연극에 (시각적으로 바로 볼 수 있는) 설치한 무대 시설의 규모가 재작년, 작년과 비교해 많이 간소화된 느낌을 받았다. 연극을 포함해 문화예술계의 지원금이 많이 줄었다고 하던데 그것이 느껴진 것일까, 나의 기우일까, 그나저나 후기 5편을 써야 하는데 눈이 너무 아프군 내년은 거창인데 멀어서 몇 편이나 가서 볼 수 있으려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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