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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예술

마산연극 경남 연극제 11 새로운 도시와 시민들의 합창 관람 후기 극단 나비

by 요블 2023. 3. 28.

구름 한점 없는 맑은 날, 벚꽃이 만개한 날이다. 창원 진해시의 경화역과 안민천에 들렷다. 
남녀노소, 부부, 부자, 부녀, 모자, 모녀, 가족,  커플, 친구, 동료, 애완동물, 아기들 많은 사람들이 벚꽃 구경하고 봄의 기운을 받으러 모엿다. 벚나무에 분홍 빛깔로 곱게 핀 벚꽃의 소중한 역할은 사람들을 끌어 모으는 것이다. 비바람 때문에 혹은 시간이 흘러 꽃잎이 떨어지면 그 역할이 끝나고 사람들은 찾지 않는다. 환경 미화원들에게 빗자루로 쓸어 담아 치워질 뿐이다.
사람들은 저마다 소중한 경험을 공유하고 추억을 쌓는다. 각자의 역할이 잇고 소중한 사람들이다. 
서로에게 무쓸모해지고 기억이 사라진다면 어떻게 될까?
오늘 본 연극은 그런 메시지를 담은 연극이다.
 
제41회 경상남도 연극제 in 창원 열한번째 연극은 창원에 위치한 극단 나비의 새로운 도시와 시민들의 합창이다.
극단 나비는 창원의 중심부 용호동에 위치한 극단이다. 나비 극단에서 하는 작품들은 많이 보러 갓엇다. 정기적으로 공연하기 때문이다. 이번 연극제 때는 어떤 작품으로 경연하는지 궁금햇다.

새로운 도시와 시민들의 합창
누가 쓰레기인가?

 

연극 새로운 도시와 시민들의 합창 줄거리

쓰레기 분리수거의 날. 동네 사람들이 가족 중 쓸모없는 인간들을 재활용 자루에 넣어 버린다. 버려진 인간들은 새로운 도시와 시민에 걸맞는 인간으로 재탄생하기 위해 쓰레기 처리장으로 이송된다. 쓰레기 처리장에 버려진 사람들은 탈출을 해 자신의 집으로 돌아가지만 다시 미화원들에게 잡히게 된다.

 
제목도 아리송한데 부제가 미쳣다. 누가 기침소리 아니 쓰레기인가? 라니

누가 쓰레기인가?

 

연출의도
연극 <새로운 도시와 시민들의 합창>은, 동네와 집안에서 제 기능을 상실한 인간들이 쓰레기로 분리수거 되어 재활용되어지는 이야기다. 비현실적 상황이지만 지극히 현실적일 수 잇는 사회 풍자극, 이 극에서 보이는 획일화된 사회에서는 인간의 가치와 존엄, 다양성은 중요하지 않다. 사회의 질서를 위해 개성은 버려져야 하고 순응해야만 한다. 사회에 기여하지 못하고 적응하지 못하는 인간은 버려진다. 이러한 디스토피아적 설정으로 이 극은 개인과 사회 체제를 비웃고 잇다. 

10여 년 전, 현대 사회의 이상적인 도시와 그 속에서 살아가는 행복한 시민들의 모습을 그려보고자 대본 작업에 착수햇지만 결국 완성하지 못햇다. 그러다 같은 주제를 가진 <새로운 도시와 시민들의 합창> 대본을 알게 되엇다. 내가 하고자 햇던 배경, 시선과는 사뭇 다른 분위기의 작품이지만 전하고자 하는 작고하신 이윤설 작가님께 감사드린다.

 

일정 때문에 겨우 5분 전 도착해서 A열 57번 좌석을 받앗다. 하지만 오히려 좋아. 극 중 왼쪽 무대에서의 장면을 자세히 볼 수 잇엇기 때문이다. 
무대의 스크린에는 연극의 제목인 새로운 도시와 시민들의 합창이라는 큰 글자와 고층 빌딩이 많은 새로운 도시의 모습을 보여주고 잇다.

새로운 도시와 시민들의 합창 무대

새로운 도시와 시민들의 합창 기억나는 줄거리... (장과 제목은 구분을 위해 임의로 붙임)

1장 아! 대한민국
7시 30분 종은 쳣는데 불이 안꺼진다. 그런데 어느 순간 무대 위에 어떤 아저씨가 잇다. 올라간건지 나온건지 못봣다. 막걸리를 한사발 하셧는지 앉아서 술주정이다. 아마 뒤늦게 입장하는 관객들을 위해 시간을 버는 것이라 생각햇다. 그래서 잘 못알아들을 말을 주절 주절댄다. 그런데 그 말 중 현대 기업의 정주영 회장이라는 단어가 들렷다. 음악이 들렷다. 노래는 정수라의 아! 대한민국 그리고 응원복을 입은 3명의 응원단이 노래에 맞춰 치어리딩을 하엿다. 술 취한 아저씨도 객석에 앉아 잇던 한 아주머니도 흥이 차올라 무대 위로 난입해 다같이 춤을 춘다. 관객들도 박수를 치며 호응햇다.
2장 분리수거의 날
갑자기 들리는 민방위의 사이렌 소리, 객석 뒤에서 방역복 복장의 사람들이 등장햇다. 당황해하는 무대 위의 사람들, 방역인이 확성기로 크게 하는 말. 

오늘은 분리수거 하는 날입니다.
술취한 사람, 냄새나는 사람, 눈빛이 이상한 사람 등 집에 잇는 무쓸모한 사람들을 신고하십시오.

새로운 도시와 시민들의 합창 무대

 

제41회 경상남도 연극제 in 창원


무대 위는 여려명의 미화원들과 분리수거를 하러 온 주민들이 모엿다. 확성기를 든 환경 미화원장은 서류를 보며 1번 신고자를 부른다. 1번 신고자는 카트에 묶인 한 사람을 데리고 오더니 설명한다. (어떤 관계엿는지 기억 안남) 곧 어떤 장치 앞에 놓이고 다른 미화원이 버튼을 누르니 빨간 불이 들어온다. 재활용 쓰레기다. 묶인 사람은 작은 감옥에 갇혀 무대 밖으로 이동한다. 2번 신고자 역시 같다. (관계 기억 안남) 

3번 여성 신고자가 등장한다. 그녀의 재활용 쓰레기는 10년 동안 취직을 못한 아들이다. 캐리어 가방에 담긴채 발악하는 아들. 하지만 못쓰는 사람이라하며 넘기려고 한다. 사람들이 아들이라고 하지만 어머니는 완강하다. 검사를 하는 미화원장. 빨간불이 뜬다. 재활용 쓰레기다. 
4번 남자 신고자는 노년의 남자를 데리고 온다. 이미 설득을 다 햇다며 검사대 앞에 내놓는다. 하지만 묶인 입을 푼 사람은 내가 6.25 4.19 5.18?을 겪은 대한민국의 영웅이라 하며 내가 왜 재활용 쓰레기라며 거부한다. 사람들이 동조하지만 그를 데리고 온 사람은 아들이라며 아버지가 주민들에게 참견하고 화내며 민폐끼친다 하여 신고햇다고 하고 검사를 요청한다. 역시 빨간 불 재활용 쓰레기다.
미화원장은 더 신고할 사람이 잇는지 찾는다. 어깨끈을 맨 어떤 여성이 급히 온다. 그녀는 부녀회장. 부녀회원 중 한명이 남자들을 후리고 다닌다며 다른 회원들이 묶인 그녀를 데리고 온다. 그녀 역시 몸부림치지만 재활용 쓰레기가 되어 감옥에 갇힌다.
곧 초라한 코트를 입은 남자가 급히 등장한다. 그가 하는 말은 나도 재활용해야 한다고. 사람들이 묻는다. 직업이? 그는 시인이라고 답한다. 웃는 사람들. 미화원장은 시인은 재활용도 안된다고 거절한다. 혹시나 해서 검사를 받아보라는 사람들. 그러나 기계가 경고음을 내며 재활용이 안됨을 알린다. 시인은 감옥을 따라가며 2장이 끝난다.

왜 나야?

3장 왜 나야? 왜 나야? 왜 하필 나야?
시인이 따라간 곳은 쓰레기 처리장이다. 저 멀리 두개의 감옥과 앞 쪽의 세개의 감옥이 보인다. 3, 4, 5번 주민이 버린 쓰레기다. 1번과 2번 감옥은 이미 재활용 처리 중이다. 무서운 불빛과 연기로 인해 몸부림치는 사람의 실루엣이 그들이 고통스러워하는 것을 보여준다. 3, 4, 5번은 각자의 사연이 잇다. 아직은 쓸모잇다는 주장. 취직을 할 수 잇고, 일을 더 할 수 잇고, 가정의 분열을 막은 것이지 내 책임이 아니다. 시인은 그들과 대화를 하며 누구인지 호칭을 붙여준다. 백수, 노인, 마담... 그들을 설득한다. 그리고 탈출을 도와준다.
4장 탈출한 쓰레기
확성기 소리와 함께 다시 모인 주민들과 미화원. 그들을 찾아야 한다고 한다. 못 찾으면 신고자가 대신 들어가야 한다는 미화원장의 말에 주민들은 어둠에 다크에서 죽음의 데스를 느끼고 혼돈의 카오스에 빠진다. 재활용되면 어떻게 되는 것인가? 살아온 기억을 모두 지우고 쓸모잇는 사람으로 탈바꿈하여 정부의 개가 된다.

니가 가라 쓰레기장

5장 니가 가라 쓰레기장
무대가 좌 중 우로 분할된다. 신고자의 장소를 각각 비춘다.
5번 아들은 아내와 딸이 잇다. 도망간 할아버지를 어찌 찾을지 걱정하는 아내. 범인은 다시 돌아온다는 딸. 범인이냐며 꾸짖는 아빠. 서로 남탓을 한다.
4번 부녀회장은 총무를 만난다. 부녀회장은 총무 덕에 부녀회가 잘 운영되고 잇다며 추켜세운다. 덧붙여 본인은 중요한 자리니 공석이 되면 안된다고 대신 총무가 가야한다고 말한다. 목소리와 태도가 바뀌는 총무. 하지만 회장은 다음 회장의 가장 유력한 후보가 총무니 이번에 잠깐 고생하면 빼준다 하며 다시 손을 맞잡고 화기애애 해진다.
3번 어머니는 의자에 앉아 기다리고 잇다. 아들이 몰래 들어오지만 어머니의 자수해라는 말에 취직할 수 잇다며 자수를 하지 않고 아빠를 찾는다. 없다는 말에 나가려고 하지만 서성인다. 곧 하는 말 용돈 좀...
다시 5번 할아버지가 등장햇다. 가족들은 그에게 설득을 하려 하지만 고집이 센 할아버지는 완강하다. 결국 가족들의 꿍꿍이로 수면재가 든 치킨을 몰래 먹이려고 하지만 의심이 많은 할아버지는 손녀에게 먼저 먹이고 괜찮은줄 알고 먹으려 하지만 이내 손녀가 잠이 들면서 도망을 간다.

제41회 경상남도 연극제 in 창원


다시 4번 두건을 쓴 왠 할머니가 조심스레 무대를 가로 지난다. 그녀를 이상하게 보는 부녀회장과 총무. 할머니는 노인회원이라며 유유히 도망을 가려 하지만 회장과 총무의 마담에 대한 뒷담화를 참지 못하고 맞받아치다가 들통난다. 잡힐뻔하지만 도망간다.
다시 3번 아들은 (흐름 기억이 안남) 중식도를 꺼내 엄마를 협박한다. 그리고 데리고 밖으로 나가며 장이 끝난다.
6장 시민들의 합창
무대 왼쪽 구석에 노인과 마담 그리고 칼을 든 채 엄마를 잡고 잇는 아들이 미화원, 주민들과 대치 중이다. 궁지에 몰린 아들이 노래를 틀어 달라 한다. 갑자기? 그 노래는 퀸의 보헤미안 랩소디. 여러 복장을 한 사람들이 등장한다. 각자 곳곳에서 소중한 사람들, 가족, 친구, 동료, 직원 등등 지휘자의 지휘로 합창과 안무를 마치고 장이 끝난다.

제41회 경상남도 연극제 in 창원


7장 분리수거의 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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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시 2장의 모습, 미화원과 주민들이 분리수거를 하기 위해 모여잇다. 각자 인간 쓰레기를 들고 왓다. 5번 가족은 엄마와 딸은 정년퇴직하고 쓸모없는 아빠를 내다 버린다. 4번 부녀회에서는 총무가 새 부녀회장이 되고 각종 비리의 온상이엇던 전 부녀회장을 버린다. 3번 엄마는 집 나갓던 남편을 버렷다. 그들을 넘겨 받는 이들은 재활용처리가 되어 모든 기억을 상실한 채 가족을 몰라보는 새사람이 된 아들과 할아버지와 마담. 재활용된 가족에게 이 사람들은 새나라 새일꾼으로서 살아갈 것이라고 미화원장이 말한다.

 

관람 후기

재밋엇다. 처음 내용 모른채 배너의 부제 '누가 쓰레기인가'만 보고 내용 예상을 못햇지만 관람 후 제목이 담고 잇는 새로운 도시가 무엇을 의미하는지 알앗다. 제목이 새로운 도시라서 먼 미래의 유토피아를 그린 것인가 햇는데 익숙한 과거의 디스토피아가 보엿다. 술취한 아저씨가 말한 정주영 회장... 아 대한민국의 국뽕 차오르는 노래... 확성기와 민방위 사이렌... 쓸모없는 사람을 버린다... 5공화국의 86아시안 게임과 88서울 올림픽이 생각낫다. 당시 '86, 88'이라는 마법의 주문 아래 경기장 건설 및 달동네 환경정비 및 재개발이라는 명목 하에 수십만에 가까운 주민들이 한순간에 길거리로 내몰리고 "성화봉송 중에 불량주택이 보이면 곤란하다"며, 전국 성화봉송 루트 주변 경관에 보여지는 판자집이란 판자집은 전부 무단으로 철거해버렷다는 이야기를 들엇기 때문이다. (이 이야기를 담은 다큐영화 상계동 올림픽이 잇다. 감독의 이름이 김동원으로 이번 연출의 이름과 같다.)
획일화된 사회의 문제도 보여주지만 여러 분야의 고려장을 통해 인간의 존엄과 가치가 사라진 가족에 대한 이야기도 씁쓸햇다. 취직 못하면, 퇴직하면, 나이가 들면 등으로 사람의 가치가 없어지는가? 존재만의 가치는 사라지는가? 극중 재활용(갱생이라는 단어로 대치도 가능할 듯)되면 쓸모잇는 사람으로 변한다지만 서로의 기억을 모두 잃고 로봇처럼 행동하면 남은 가족에게 무엇이 돌아오는지 의문을 가질 수 밖에 없엇다. 가족을 버린다? 살아잇더라도 기억을 못하면 무슨 의미가 잇지? 기억을 못하더라도 사회의 구성원으로 일조한다면 재활용에 동의하는건가. 무서운 세상이다. 로비에 나와 사진 찍으시던 다른 분과 이야기를 햇는데 작가를 아는지 물어보고 대본 누가 썻는지 잘 썻다는 이야기를 들엇다. 나도 공감이 갓다. 특히 시인이 3명의 인물과의 대화를 통해 인간 존엄에 대해 더 알 수 잇엇다.
배우들의 대사가 잘 들려서 무선 마이크를 착용한 줄 알앗는데 알고보니 생목으로 한것이더라. 미화원장이 확성기로 어수선한 배우들을 정숙시키거나 집중할 때 더 몰입 할 수 잇엇다. 크고 아름다운 중식도를 들고 가방을 찢으려는 아들, 그 가방이 얼만지 아냐는 엄격한 엄마 안민정, 리드미컬한 틀딱 드립을 하는 할아버지를 연기한 성악가 김성진, 그런 할어버지를 제압?하려고 젓가락을 질럿처럼 든 손녀 황주리와 체어샷을 하려는 아들 박현민, 미리 접수 안햇지만 구청에 이야기한다며 권력을 과시하는 수다쟁이 아주머니 부녀회장 장혜정, 물장사 20년의 마담 강지영 등 과장된 연기로써 배우 한명 한명 모두 재밋엇다. 

제41회 경상남도 연극제 in 창원

 

새로운 도시와 시민들의 합창 커튼콜

 
극 중에 유명한 노래가 두번 나온다.
아 대한민국과 보헤미안 랩소디.
극의 비유적 시대가 5공같은데 그럼 새마을 노래 들어야지
4가지의 합창단 곡이 담겨잇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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