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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

오래되고 낡은 신발장 새활용하기

by 요블 2020. 5. 3.

오래된 신발장이 있다.

아주 오래된 건 아니고 내가 예전에 집에 안살던 기간에 들어왔으니 그냥 오래된 듯 하다.

 

 

오래된 신발장

 

 

그 기간에 실내 인테리어를 새로 했다고 들었고 집 내부가 싹 바껴 있었다.

하지만 집 자체가 워낙 오래된 집이라 현관 어디에서 물이 새는 것을 막을 수 없었나보다.

물이 새어 빗물이 뚝뚝 떨어지고 신발장에 물이 스며들고 바닥에도 고인다.

고인물은 신발장 하부 목재에 다시 퍼지고 나무가 서서히 분해되었다.

한번은 집에 아무도 없을 때 고모가 오셔서 물에 신발장이 썩겠다 하시며 신발장 앞에 돌을 하나 괴고 가셨다.

그런데 뒤쪽에는 괴지 않아 오래된 목재가 심하게 뒤틀렸고 바닥 목재의 못도 빠지고 벽에 기댄 채 똑바로 서지 못했다.

아버지께서 신발장을 잡고 몇번 흔드시더니 뒤에 썩었네 하시며 역정을 내신다.

집이 오래되고 내부만 덧대면 무슨 소용있으랴 지나간 일에 화를 내시는 것이 안타깝다.

결국 신발장을 빼라는 명령이 떨어졌다.

 

이대로 분해해서 버리기에는 상부 목재가 아직 튼튼해보인다.

이것을 재조립하거나 하부만 잘라내서 일명 업사이클링이라는 새활용을 해보기로 하였다.

 

1. 작업하기 편한 곳으로 이동

대부분의 가정은 마당이 없거나 작다.

다행이 우리집은 작게나마 마당이 있어 밖에서 작업할 수 있었다.

 

 

썩은 바닥

 

 

신발을 모두 치우고 밖으로 꺼내는 도중 바닥 나무가 떨어져나갔다.

 

2. 도구 준비

하지만 평소에 목공을 하던 취미가 없기에 도구가 마땅히 준비되어 있지 않았다.

얇은 톱하나, 드라이버 없는 전동 드릴, 망치 등등

안다치고 안전히 하려면 장갑도 필수다.

 

 

부족한 목공 도구

 

 

3. 해체

십자 드라이버와 장도리 망치, 펜치를 이용해 못과 나사를 다 제거했다.

녹이 슬어 잘 빠지지 않았다.

녹슨 나사라고 해도 다시 쓸 수 있고, 기존의 구멍에 다시 박아야 할 수도 있다.

쓸만한 것과 버려야 할 것들을 분리했다.

창고에는 예전 인테리어 개조하고 남은 목각 4개가 있었고, 처마 덧댐용 목판이 3개 있었다.

신발장에서는 넓판지 4장 벽 부위 3장, 문 2짝 등으로 분해되었다.

 

 

분해한 목재

 

 

4. 조립

여기서부터 문제다.

한정된 목재로 신발 10개는 넣을 수 있는 신발장을 만들어야한다.

사실 조립 전에 설계 단계가 필요하다.

기둥을 뭐로 만들 것인지, 연결은 어떤 방법으로 할 것인지 등 

상상만 한 것으로 일단 조립하려 했으니 몇번의 시행착오를 겪었다.

 

 

조립 그러나 다시 해체

 

 

길다란 목재 4개로 지지대를 만들고 짧은 목재로 연결시켜 세울 수 있게 만들어봤다.

목재 두개를 연결하는 것도 어느 방향에서 드릴로 구멍을 뚫고 나사를 조일 지 생각해야 한다.

각목은 두껍고 내가 가진 나사는 충분히 길지 않다.

그래서 각목의 절반 가량 못머리가 들어갈 수 있게 드릴로 파내고 절반은 4미리 얇은 드릴로 구멍을 뚫어 반대쪽 각목과 연결했다.

못은 긴 못이 있으나 그냥 목재에 박으면 갈라져서 오래 쓰지 못한다.

 

 

지지대 만들기

 

 

신발을 놓을 판이 휘어있다.

이 목판이 집성목이라고 하는데 톱밥 등을 접착제와 강한 압력으로 뭉쳐 만든 것이다.

그래서 오래되면 중력에 의해 가운데가 휘기 쉬워 반대로 뒤집어 놓고 연결 시켰다.

3단까지 판을 놓고 연결 시키니 모양이 그럴 듯 하게 나온다.

 

 

목판 연결

 

 

원래 신발장의 아래쪽 문짝을 달았다.

애초에 문짝의 너비가 넓은 목재의 길이와 같고 경칩도 달기 좋게 되어 있다.

다만 지지목이 평행이 아니라 약간의 틈이 있다.

 

 

문짝 달기

 

 

지지대를 보강하고 있는데 깡총거미가 각목에 앉았다.

새 놀이터로 맘에 들었나보다.

 

 

각목에 앉은 깡총거미

 

 

1차로 여기까지 만들기로 했다.

남은 재료가 조금 있지만 어디에 덧붙일지 애매하다.

유리창문과 판자를 더 사용하고 싶다.

그리고 비가 온다하여 싹 정리를 했다.

어제 작업 마무리하고 오늘 글쓰는데 비가 온다.

조금씩 물이 세어 들어오고 있고 당연히 현관에 빗물이 고였고, 아직 천장에서 물이 떨어지지는 않는다.

신발장 위에 덮개를 하나 만들어야 할 것이다.

벽없이 밀폐되어 있지 않아 먼지와 벌레 등을 막을 수 없어서 판자를 잘라야 할지도 모른다.

이대로 방치하면 몰래 기어 들어온 거미들의 천국이 될 것이다.

작은 톱으로 자르기 힘들던데 어디서 하나 빌려와야겠다.

그래도 문짝이 있으니 닫았을 때 어수선해 보이지는 않는다.

 

신발장을 만들며 버릴뻔한 물건을 새로운 물건으로 만드는 새활용에 대해 알아봤다.

기존 신발장의 역할이지만 다소 축소되었고 수명이 연장되었다.

오래오래 쓰기를 바란다.

 

 

신발장 배치

 


5월 18일
고모집에서 큰 톱을 빌렸다
작은 톱으로는 나무 자르기가 너무 비효율적이였는데
큰 톱으로 하니 금방 자를 수 있었다

큰 톱

작은톱과 크기 차이가 엄청나다
그럼 이제 원래 신발장 뒤의 널판지를 잘라 옆에 붙여보자
자로 길이를 쟀다

옆은 높이 50cm 폭 30cm
뒷면도 높이는 50cm 길이는 80cm 정도로 잘랐다

오른쪽

새로 나사 구멍을 뚫기 싫어서 기존의 나사를 하나둘 조심히 빼서 그대로 판을 덧대어 조였다

왼쪽

왼쪽도 나사 한두개 정도만 새로 조였다

텅빈 뒷면

벽쪽을 향하는 뒷면이지만 휑하게 뚫려있으면 먼지도 쉽게 쌓이고 벌레도 침투하기 쉽다
안쪽은 아니었지만 바깥 부분에 이미 거미가 줄을 치고 살고 있었다

막힌 뒷면

뒷면은 나사로 조인 부분이 별로 없어서 작은 못으로 여섯개 박았다

양쪽 지지목의 평행이 맞지 않아 완벽히 틈을 막을 수는 없지만 이정도 한 것으로도 만족한다
아직도 목재가 조금 남아있다
버릴 지 뭘 만들어 쓸지 궁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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