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영화와 책

셰익스피어 4대 비극 읽기

by 요블 2024. 2. 24.

지난 연출가 워크숍 때 참고 희곡 중 리어왕이 있었다.
리어왕은 셰익스피어 4대 비극 중 하나로 알고 잇는데 막상 읽어본 적은 없다. 다른 3개도 마찬가지다.
연출가 선생님께서 4대 비극 외에도 여러 작품을 언급하셨고 4대 비극은 꼭 읽어야겠다는 생각이 들어 이참에 도서관에 가서 하나씩 읽었다.
처음 읽은 것은 을유문학사에서 나온 리어 왕, 맥베스.
아침이슬에서 출판한 햄릿 그리고 올제 클래식의 오셀로이다.
뒤로 갈수록 최근에 번역한 책이다.
각 책마다 앞부분의 작품 설명, 인물 설명, 번역 방향 등을 읽고 본 극을 읽었다.

리어왕은 워크숍 때 편지 장면을 연습하며 읽었다.
차별받으며 자란 사생아 에드먼드는 형인 에드가를 밀어낼 계략을 꾸미며 형이 쓴 것처럼 조작한 편지를 아버지 글러스터 백작에게 들키듯이 알려주는 장면을 연습했었다. 뻔뻔하게 계략을 꾸미지만 백작 앞에서 아무렇지 않은 듯 편지를 숨기고 아무 일도 아니라며 호기심을 자극해 아버지가 편지를 뺏게 만들고 형에 대한 의심을 확신으로 발전시키는 상황을 만드는 에드먼드의 계략이 돋보이는 장면이다. 나이가 들고 판단력이 낮아져 꿀발린 첫째, 둘째 딸의 말만 듣고 셋째 딸의 진심을 몰라주고 내팽개친 리어 왕,  서자를 차별하는 글러스터 백작, 이 둘의 이야기가 어떻게 흘러가고 어떤 비극이 되는지 극 전체를 읽으면서 느낀 생각은 여러 인물의 상황과 사건을 잘 보여주며 끝에 그것들이 합쳐지는 것이 재밌었다. 역시 대표적인 군중극이 이런 것이구나를 알았다.

맥베스는 생소한 이야기였다. 영주 맥베스는 전쟁에서 이기고 돌아오는 길에 만난 마녀들이 말한 '네가 왕이 될 상이다'라는 예언에 마중 나온 국왕을 죽이고 권력의 정점에 달하지만 예언에 의해 자신의 뒤를 이을 뱅코와 여러 요소에 의해 불안감을 느끼고 결국 파멸에 이른다. 결국 자신의 야망은 또 다른 야망에 의해 무너지는 상황에서 맥베스가 겪는 심리 등을 알 수 있었다.
비현실적인 마녀라는 존재가 가끔 등장해 맥베스에게 예언을 하지만 이미 승전하고 야먕에 눈을 뜬 인물이라면 경험할 수 있는 비극이라 재밌게 읽었다. 또한 다른 해설을 보다가 톨킨이 맥베스의 마녀 예언 부분을 읽고 걸어 다니는 숲에서 엔트를, 어머니의 뱃속에서 나온 남자에서 남자 mam가 아닌 여자 woman를 소설에 등장시키는 모티브가 되었다 해서 놀랐다.



햄릿은 줄거리를 어렴풋이 알고는 있었다. 연극이나 영화를 본 적은 없지만 여기저기서 많이 들었다.
덴마크 국왕인 아버지를 죽였다고 의심한 숙부 클로디어스와 그와 재혼한 어머니에게 새로운 연극이라 하며 독살을 재현하여 그의 반응을 살피는 장면과 후에 레어티즈와 칼 들고 싸우다 죽는 부분이 인상 깊다. 잘 알려진 죽느냐 사느냐 그것이 문제로다 부분도 연극으로 보면 더 재밌을 듯하다. 극 중 선왕을 닮은 유령의 존재가 있다는 것이 위의 마녀처럼 비현실적인 요소가 당시에 많이 쓰였다는 생각이 들었다. 선왕이 갑자기 죽고 숙부가 왕이 된 상황에 의심의 시작을 만들 계기가 필요해 넣은 장치인 듯하다.


오셀로 역시 처음 접했다.
집에서 읽어야지 하고 빌려갔지만 결국 반납하러 와서 다 읽었다. 책은 도서관에서 읽어야 잘 읽히는 것 같다.
위의 세작품보다 등장인물이 적고 복잡한 이야기는 아니다. 주인공 오셀로는 인종차별받는  무어인이지만 뛰어난 항해술과 전투력으로 인정받는 베네치아의 용병 장군이다. 아내 데스데모나를 사랑하지만 자신의 열등감으로 인해 이아고의 이간질에 넘어가 아내를 죽이고 자신도 자살하는 비극에 달한다. 3자 대면을 한다면 오해는 풀리고 질투도 없을 텐데 거짓 고해에 넘어가고 믿을 수밖에 없는 장치를 만드는 짜임새가 좋아 읽으며 빠져들었다. 예전의 나라면 저런 상황에 나도 질투심이 생겼을 텐데 요즘은 질투할 일이 없는 건지 그런 마음이 없는 건지 무덤덤하다. 신이 창조했다는 인간이 완벽하지는 않아 인간의 결함 중 열등감을 극의 소재로 잘 다룬 희곡이다.


비극이라 사람들이 쉽게 죽어 나가는 듯하다. 나도 저 상황에 달하면 타인을 죽이거나 내가 죽을 정도로 비참해지고 그런 감정을 느낄까 하는 생각이 든다. 그게 어려운 상황이고 잘 만들어진 이야기이기 때문에 사람들은 비극을 찾는가 싶다.

네 권의 책을 읽는데 한 달 정도의 기간이 걸린 듯하다. 실제 읽은 일수는 일주일도 안된다. 집중해서 도서관에서 읽는다면 하루 한 권은 다 읽을 수 있을 듯하다. 취미지만 연극을 하면서 입으로만 말하던 4대 비극을 드디어 읽게 되어 안도감? 이 들었다.  
이로 극의 이해에 조금 더 나아지길 바라고 이제 다른 희곡도 읽을 것이다.

마산합포도서관이 내부 리모델링을 해서 시설이 좋아졌다. 좀 더 편안하게 책을 읽을 수 있는 환경이 조성돼서 맘에 든다.

반응형

댓글